123회 슬기로운 인생 3막

인생을 한 편의 연극이라고도 한다. 인생 1막은 출생 이후 주로 부모님과 선생님과 같은 타인의 도움과 교육을 받으면서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라면, 인생 2막은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쟁을 하고 자기 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는 시기이다. 그리고 인생 3막은 은퇴 이후 또 한 번 삶의 시작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 4막을 살 수도 있고, 기대한 나이보다 빠르거나 늦게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리고 닫히기도 한다.

인생의 1막과 2막에서는 성장을 위한 훈련과 경쟁이라는 강박 때문에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소확행은 삶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 얻는 즐거움이다. 소확행의 행복만을 추구하기에는 우리 삶의 길이가 짧지 않다. 인생 3막에 다가갈수록 삶의 중심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의 삶을 추구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의 실험 결과, 하루 동안의 할 일을 선택할 때는 절대다수가 즐겁고 신나는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6개월 동안 할 일을 선택하게 하면, 즐거운 일과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비슷해졌고,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신나고 즐거운 활동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선택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행복 전문가들은 슬기로운 인생 3막을 슬기롭게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일에만 쏟던 시간과 에너지 일부를 나 자신과 주변을 위해 사용하라고 추천한다. 하루에 4시간은 ‘일’을 하고, 4시간은 나를 위한 ‘취미 생활’을 하며, 4시간은 이웃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결국 인생 3막에서는 ‘일’ 중심의 삶에서 ‘관계’ 중심의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때 슬기로운 인생 3막을 보낼 수 있다.

순수한 민간 봉사단체인 해로는 봉사자와 후원자의 도움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격려와 성원이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 파독 1세대 환자들을 섬기는 쉼터인 해로하우스를 꿈꿀 수 있었고, 드디어 <해로하우스>라는 1세대 어르신 환자들을 위한 쉼터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해로하우스를 준비하는 데는 정부나 단체의 지원이 전혀 없이 회원과 후원자들의 순수한 기부금으로 해로하우스가 준비되었다.

많은 분이 파독 1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십시일반으로 후원에 동참해주셨고, 공사를 하는 동안 봉사자들의 식사까지도 자원하여 섬겨주셔서 해로하우스가 완공될 수 있었다. 해로의 봉사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행복한 해로하우스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해로하우스에는 많은 봉사자가 필요하다. 식사 준비에서부터 환자들의 활동을 돕는 일, 쉼터를 관리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할 일이 아주 많다. 앞으로 해로하우스의 봉사는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사랑과 헌신을 기초로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섬기려고 한다. 운영도 돈이나 물질이 아닌 사랑과 헌신으로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창 인생 2막을 지나고 있는 젊은이들을 봉사자로 세우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여, 70세 이상의 경험과 경륜이 많은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봉사자로 세우기로 하였다.

제1기 시니어 서포터즈 봉사자 교육

지난 4월 16일에는 <시니어 서포터즈>라는 1세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봉사팀을 만들기로 하고 제1기 봉사자 교육을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4시간 이상 봉사가 가능한 분들을 신청받았고 6분이 등록하셨다. 봉사자 교육에 참석한 봉사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해로에서 여러 가지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었고, 상근하는 직원처럼 헌신도가 높은 분들이어서 앞으로의 봉사가 기대된다.

교육을 시작하며 봉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서로 나누었는데, 많은 분이 젊었을 때 계획은 선교지에 나가서 봉사하고 싶었는데, 분주하고 고단한 인생 2막을 살다 보니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적시며, 해로를 선교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열심히 봉사하시겠다고 하셨다.

시니어 봉사자들이다 보니 몸에 크고 작은 병을 가지고 계신 연약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남은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봉사자가 되기로 결심을 하신 분들이다. 이번 봉사자들도 그런 분들이기에 더 귀하다.

사회복지 계통의 오랜 봉사 경험으로 알게 된 바에 따르면, 봉사와 후원은 여유 있는 분들이 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과 돈이 많은 사람은 자신을 위해 그것을 쓰기에 바빠서 남을 도울 정신이 없다. 하지만 어려운 분들이나 아팠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그 아픔과 고난을 알기에 더 남을 위해 봉사하고 돌아보는 삶을 살게 된다.

봉사는 연약한 사람을 먼저 돌보는 ‘약자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이다. 사순절과 부활주일을 보내며 이런 봉사와 섬김이 신앙과 일치한 삶에서 나온 것임을 우리 봉사자들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해로하우스의 집 공사는 끝났지만, 프로그램과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이용자들과 봉사자들의 형편을 보아가며 함께 지혜를 모아 우리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연약한 파독 1세대 어르신들과 함께 하려는 해로하우스의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다.

이제 막 시작한 해로하우스의 봉사가 비록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선한 일을 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만드셨습니다.”(에베소서 2:10)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