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회 나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지난 7월 2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는 특별한 예배가 열렸다. 죽음을 앞둔 말기암의 선교사가 가족, 친지들과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 감사하는 “고별감사예배”를 드렸다. 이 예배는 일반 장례예배와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었지만, 당사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 이날 예배의 특징이었다. 고별감사예배의 주인공 이석봉 선교사는 동료 선교사들과 함께, 그동안 여러 모양으로 동행한 사람들과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미리 유언 같은 메시지를 나누며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는 뜻에서 “고별예배”를 준비했다. 이날 이 선교사는 ‘천국으로 소풍’갈 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밝고 평온한 모습으로 천국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참석자들을 도리어 위로했다.

이 선교사는 1992년부터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봉제 기술, 방과 후 교실 등으로 섬기며 현지인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선교지를 떠나 한국에 있을 때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를 섬겼다. 2021년 말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이 선교사는 올해 초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말씀과 기도로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지난 6월 샘물호스피스병원에 입원했다. 고별예배에서 이 선교사는 “2년 전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때, 저의 신랑 되신 예수님이 저를 데리러 오신다는 생각에 감사했다고 고백했다”며 “예수님이 나팔을 불며 신부 된 저를 데리러오실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담대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을 때 서너 달 정도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을 보니 동역자들이 기도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 자신부터 기도하며 변해야 점차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고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는 것은 제가 이 땅에서 오래 살도록 기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마냥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이어진 지인과 가족들의 추모사와 회고담에서는 사랑과 감사의 고백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고별예배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참 기독교인’의 삶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고 하며, 이 선교사처럼 “임종 전에 이런 고별예배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복음성가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당신의 그 겸손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를 다 같이 부르며 이 선교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훗날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관련 기사 국민일보 참조)

죽음은 이생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알 수 없는 길이어서 될 수 있으면 늦추거나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에게는 죽음이 마냥 두렵거나 절망스럽지 않다. 그 이유는 죽음 이후의 하늘나라를 믿고 그 나라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 장례예배에서는 천국 소망과 부활에 대한 찬양과 메시지가 빠지지 않는다. 파독 어르신들이 고령화하고 여러 가지 질병의 어려움에 있다 보니 많은 장례를 보게 된다. 임종의 순간,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종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아름다운 말을 나누면서 품위 있게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서 사는 것은 잠시지만, 죽음 이후는 영원한 삶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 나라를 잘 준비하는 것이 생전에 드리는 장례예배의 의미이다. 살아있을 때 드리는 장례예배는 곧 임종을 맞게 될 살아 있는 당사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남은 이들을 축복하는 신앙적인 접근 방법이다. 험한 세월을 살아오느라 부대끼며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을 격려하며 감사와 위로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면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가족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장례식에서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고 참석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지만, 생전 장례식은 당사자와 모든 참석자들의 복장은 캐주얼한 평상복으로 입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의 추모사와 회고담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으로 말을 건넬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와 용서의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겠다. 이날 만큼은 그동안 고마웠다고 그리고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생전에 장례예배를 드리고 나면 더없이 홀가분하고 맘이 편하여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언제라도 주님이 부르시면 기쁜 마음으로 주님 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전 장례예배에서는 유언장 낭독과 연명치료 포기나 장기기증서약을 하는 것도 좋겠다.

 인간의 생사화복은 모두 하나님께 있다. 그 하나님이 부르시는 시간이 다해가는 것을 느낄 때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모아 그동안의 인사를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며 작별하는 것이 생을 가장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고히 굳어진 천국에 대한 소망을 더욱 굳게 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파독 어르신들의 마지막은, 억지로 끌려가는 죽음이 아니라, 천국으로 이사 가는 시간으로 알고 당당히 맞으러 가는 멋진 마무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아니할 것이다.”

(요한복음 11:25~26)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