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61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로 그의 인생 후반기에 쓴 작품 중의 하나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같은 대작의 소설도 썼지만, 노년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이,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영적인 주제의 단편소설을 많이 썼다.

톨스토이는 그의 후기 작품들을 통해,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이웃에 대한 구체적인 돌봄으로 실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그런 삶 안에 참된 신앙과 구원이 있다고 가르쳐주고 싶어 하였다. 이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넘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많이 생각하지만,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는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성찰은 매우 중요하다. ‘왜 사는가’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방향과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면 흔들림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또 날마다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기에 좋다. ‘왜 사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살면서, 삶의 목적과 목표가 분명한 사람일수록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문제는 ‘왜 사는가’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돈으로 살아간다고 말하며, 노년기일수록 더더욱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당 부분 맞는 말이지만,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은퇴하여 부족하지 않은 연금으로 살면서도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탄식하며 심한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또 충분한 노후 자금으로 살고 있어도 외로움 가운데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사람은 돈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전쟁 이후에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정도로 발전하여 가난한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가 된 나라이다.

이제 한국에도 기업과 개인 모두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사람들은 후원을 결정할 때, 누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지와 어떤 단체가 정직한지를 많이 생각한다고 한다. 그동안 문제를 일으킨 단체가 있었기 때문에, 정직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단체일수록 신뢰할 수 있기에 후원을 결정하기 쉬워지기 마련이다.

61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하는 사람들

파독 근로자들을 섬기기 위해 독일에 와서 베를린에서 작은 섬김을 실천하는 선교사로서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선교사로 무엇을 하러 왜 독일에 왔는가에 대한 대답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스스로 자신을 성찰해 보게 된다.

선교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의식주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 또 지속적인 선교활동을 위해서도 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선교사역을 위해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교비를 후원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여 후원자들과 소통한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후원받은 재정을 허투루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교 현장의 특성과 선교사의 은사와는 다른 영역의 일이어서, 수입과 지출의 정확한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선한 일에 사용하였다고 해도 후원자나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보고와 소통이 꼭 필요하다.

선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대답은 선교사역을 이루는 방법과 과정에 대한 대답과 관련이 있다. 선교사는 사명으로 살아간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그 사명을 구체적으로 이루는 방법은 사랑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고, 모든 과정은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리 간단한 것도, 쉬운 것도 아니다. 사명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랑과 정직의 원칙을 따르지 않을 때, 오랫동안 쌓은 헌신이 모래성과 같이 무너져버릴 수도 있기에 최선을 다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지난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하여 후원자들에게 그동안의 선교사역을 보고하며 지원을 요청하였다. 선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후원금으로 사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믿음으로 내린 결론이다.

하나님은 천지를 지으신 창조주이시며 전능하신 분이다. 온 우주와 역사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 하나님께서 지금도 살아계셔서 일하고 계신다. 따라서 하나님의 일인 선교사역을 할 때도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믿음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때로는 선교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할까 염려할 것이 없다. 우리의 일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면 하나님이 책임지시기 때문이다. 때로는 계획보다 일이 더디게 진행되어도 조급해하지 않고 올바르게 일하면 그 일을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을 믿는다.

선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선교사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믿음으로” 산다. 이 믿음은 하나님께서 돕기 원하시는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며 살아간다. 섬김의 방법과 과정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바르고 정직한 방법으로 일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다(고전13:3)고 하였다. 선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61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286호 16면, 2022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