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프로젝트 70+

64회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기독교는 “계시(啓示)”의 종교이다. 계시는 사람의 지혜로는 알 수 없는 진리를 하나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어 깨닫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기독교는 “교육의 종교”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설교가 예배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하나님은 “믿음의 조상”이라고 하는 아브라함을 75세의 늙은 나이에 선택하시고, 왜 복의 근원이 되게 하셨는데, 하나님은 그 이유를 직접 말씀하셨다. “내가 아브라함을 선택한 것은, 그가 자식들과 자손을 잘 가르쳐서 나에게 순종하게 하고, 옳고 바른 일을 하도록 가르치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그의 자손이 아브라함에게 배운 대로 하면, 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대로 다 이루어 주겠다.”(창세기 18:19)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잘 교육하기에 적합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브라함은 자손들을 올바르게 교육하는 사명을 가진 교육자로 부름을 받은 것이다.

예수님도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유대 사람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는”(마태복음 9:35) 일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교회(敎會)를 가르치고 배우는(敎) 모임(會)이라고 한다. 가르치는 내용 첫째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가르치고, 두 번째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하는 옳고 바른 일을 행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고, 아는 만큼 믿음도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아는 만큼 옳고 바르게 행동해야 할 책임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계속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지난 11월 1일에는 사단법인 해로에서 “+70 시니어 프로젝트”의 하나로 <베를린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해로의 “노래 교실” 어르신들과 희망자들이 모여 베를린 시내에 있는 공공미술품을 찾아가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 달 전에 해로의 봉사자들을 위해서 <베를린 공공미술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그 반응이 너무 좋아서 어르신들을 위해 다시 기획하였다.

베를린에서 50여 년을 살아오신 분들이지만, 베를린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드리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결과는 모두 만족한 대성공이었다.

베를린의 속살을 보여줄 특급 가이드로 “박노영 작가”가 수고해 주셨다. 박노영 작가는 “트립풀 베를린” 등 여행 관련 책을 쓴 여행과 미술전문가이다. 미술잡지 기자 출신으로 전 세계의 미술관을 모두 가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예술의 중심지인 베를린에 정착하였다. 지금은 해로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상생활지원(AUA) 분야를 맡아서 섬기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의 베를린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베를린 산책>은 참가하시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무리가 되지 않도록, 몇 군데 중요 포인트를 쉬엄쉬엄 산책하면서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20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 다녀야 하기에 안전과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젊은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하였다.

베를린 산책은 먼저, 카이저빌헬름교회에 모여서 2차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진 교회를 보았다. 독일이 전쟁의 상흔을 보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부서진 채로 두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 대부분이 전쟁을 경험한 세대여서 다시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표정으로 나타났다.

카이저빌헬름교회의 신교회로 들어가서 뮌헨 출신 작가 “칼 헴메터”의 작품인 예수님 조각상을 보았다. 이곳의 예수님 조각상은 갈릴리호수 같은 파란 배경에 십자가 모양으로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이었는데, 다른 곳의 예수님 조각상과 달리, 너무나 인자하고 포근한 모습의 조각이어서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교회 안의 여러 가지 미술품을 보니까, 전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브란덴부르크문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오랜 세월 동안, 이 문이 지켜보았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특별히 나치 시절과 냉전 시절의 지난한 독일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어르신들은 베를린에 처음 왔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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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홀로코스트 기념비에 가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와 2,711개의 각기 다른 크기의 콘크리트 조각이 희생당한 유대인들의 인격을 상징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독일 국민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이구동성으로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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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쌀쌀한 날씨로 차가워진 몸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녹이기 위해, 가까운 카페로 이동하는 길과 건물에 있는 공공예술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흥미진진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쳤던 것들이 유명 작가의 예술품이었다는 것을 듣고 모두 놀랐다.

베를린에 이렇게 많은 볼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보배 같은 박노영 작가와 즐거운 시간을 마련한 해로에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시며, 다음 번 <베를린 산책>을 빨리 진행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베를린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이 베를린에 대해 알아가려는 관심이 많은 것에 놀라고, 또 우리 가까이에 보배 같은 사람들이 많음에 또 놀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예수 더 알기 원하네 크고도 넓은 은혜와
대속해주신 사랑을 간절히 알기 원하네” (찬송가 453장)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64회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1290호 16면, 2022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