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85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는 1970년에 Simon & Garfunkel(사이먼&가펑클)이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노래 제목이다. 이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6주 동안 차지했고, 그해 그래미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고, Yesterday와 My Way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애창곡 순위에 꾸준히 들고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당신이 지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그 눈물을 닦아줄게요. 나는 당신 편이에요.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내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의 “험한 물살 위의 다리”라는 원래의 제목보다 우리말로 번역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이 훨씬 우리에게 그 의미가 와 닿는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찬송가를 부르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따뜻함과 힘을 준다.

말(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들은 말 한마디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어서 평생을 불행하게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이전과는 다른 놀라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공부에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아이가 “너 영어 발음이 좋구나!”라는 영어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영문과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작은 칭찬을 듣고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많다. 말은 얼굴을 환하게도 만들고 울게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한다.

85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한국전통공예체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 그래도 세상이 굴러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세상은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 같아도, 들풀 같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말 없는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제 많은 세상 가운데서 작은 몸짓으로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며 험한 세상에서 다리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유지되고 있다고 믿는다.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산 것은 33년의 짧은 생애였고, 세상을 위해 섬긴 시간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세상을 움직일만한 큰 권력이나 학식과 힘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그는 오직 희생과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분은 섬기는 자가 큰 자라고 가르치시면서 몸소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다. 그분은 지배하거나 움켜쥐려고 하지 않았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사랑과 섬김으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주셨다.

우리 파독 근로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남을 돌아보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도 힘들지만, 친구의 아픔을 도우려고 이리저리 수고하는 분들도 많다. 자신이 직접 도울 수 없는 일들은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도움의 요청하는 분들도 있다. 특별히 호스피스 병동 중환자실에 있는 친구를 위해 목회자를 초청하여 예배를 드려달라고 내 일처럼 부탁하기도 하고, 자신도 어렵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친구를 위해서 작은 물질이지만 기꺼이 내놓기도 한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사랑과 정이 많이 남아 있어서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거센 물살을 피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랑과 섬김으로 험한 세상에 작은 다리가 되어 주는 사람들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라 믿는다.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주관하는 한국공예(소목장)체험이 해로에서 섬기고 있는 요양보호등급을 가진 분들과 그들을 돕는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팡게아하우스에서 있었다. 이날 체험은 한국에서 오신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 일행이 공예재료를 모두 한국에서 가져오셔서 우리 고유의 전통 목공 방식으로 약소반(트레이)를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였다.

공예 체험 대상이 뇌출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어서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손으로 작업하는 목공 작업을 모두 잘하셨다. 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에는 작업치료의 효과도 있고, 집중력도 좋아져서 인지치료의 효과도 있는 다목적 치료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보람이 커서 열심히 참여하셨다.

공예 체험을 하면서 몸이 아픈 분들이 일에 대한 의욕도 생기고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은 편찮으신 파독 1세대 어르신들에게 위로를 주는 험한 세상의 다리와 같은 프로그램이라 믿는다. 단순히 감상하는 프로그램보다 이런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파독 근로자 어른들의 건강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더 잘 챙겨드려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복음 15:1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32호 16면, 2023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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