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고국 땅에 묻히고 싶어요”

새해 한국에서 들려온 뉴스들이 기분을 좋게 한다. 작년에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고, 또 수출과 무역액이 코로나의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여 세계 8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K-pop을 비롯하여 영화와 각종 문화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대단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다른 나라의 원조를

43회 2021 해로 자원봉사자의 날

 사단법인 <해로>의 자원봉사자, B 부인은 지금 에스테틱 과정을 밟으며 피부 미용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수업을 받으러 다니느라 한동안 소식이 뜸했는데 과정이 끝났다며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하는 통화라서 안부 끝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 관리 미용사 실기시험을 치르려고 친구에게 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하여 시험장에

42회 황혼의 사랑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의 두 사람은 마음이 무겁다. 방금 병실에서 뵌 86세의 할아버지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할아버지가 못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그날도 아침에 병원에 갔다 오며 같이 먹자고 감을 사 들고 들어오셨는데..“ 할머니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고

41회 사진전 풍경

토요일이 되자 전시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옛 사진 속에 오랜 지인의 모습들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사진전의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다. 전시 내내 자원봉사자들이 순번을 돌아가며 전시장을 지켜주었지만, 마지막 날에는 오시겠다는 분이 많아 일찍부터 가서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자매님, 토요일에 뵈러 갈게요.” “저도 갑니다. 그때 뵈어요.” <해로 세대공감 사진전>이 방송을 타며

40 회 세대공감 사진전

첼로 선율이 작은 공간을 감싼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가득한 사람들은 82세 첼리스트의 연주에 녹아든다. 1965년에 고국을 떠나 쾰른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양유나 첼리스트는 은퇴한 후 딸이 사는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사단법인 <해로>와 연을 맺었다. «세대공감 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프닝에 참석하여 기꺼이 축하 연주를 해주었다. 그녀와

39회 내어주는 사랑

카메라가 돌아간다. 앵글 속에는 젖은 흰 화장지가 둘둘 감긴 콜라병이 보인다. 콜라병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웃으며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을 한다. “여기는 콜라가 무척 귀한데 간신히 구해도 냉장고가 없어서 미지근한 콜라로 마셔야 해요. 이 더위에 정말 괴로운 일이죠. 그래서 궁리하다가 과학 시간에 배운 원리가 생각나서 이렇게 젖은

38회 함께 가는 삶

<일대기 작업> 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현재의 나에 투영하여 ‚나’를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해로> 자원봉사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은 ‚삶의 방패’를 각자 그려 보는 시간을 가지겠어요. 예전에 방패나 깃발에 문장을 그려서 자기 가문을 표시했듯이 나를 표시할 방패를 그려보세요.“ 자원봉사자 교육을 담당하는 사단법인

37회 다문화 축제 마당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베를린 한 귀퉁이에서 작은 동네 축제가 열렸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베를린답게 축제 이름이 “다양성 축제”. 베를린 빌머스도르프 구에서 주최한 이 축제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축제를 주관하고 진행한 곳은‚판게아 하우스‘에 둥지를 튼 이민 단체들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가들이다. 먼 옛날, 지구의

36회 장례 꽃장식을 배우는 시간

스스로가 예쁘면서 주변까지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꽃은 언제 봐도 좋다. 어느 여름날, 들판에 가득한 야생화를 꺾어 와서 화병에 꽂은 후 지인에게 자랑했다. 그것을 본 지인은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좀 예쁘게 꽂지.. 꽃도 예쁘게 꽂힐 권리가 있어요!“ 내 눈에는 이미 무조건 예쁜데 그 지인이 쓱 쓱 만져주니 갑자기

35회 영원한 안식처에서

„사망시 불에 태우지 말고 그냥 묻어주기. 연락처: ……..“ 지난봄 세상을 떠나신 Y 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며 찾아두었던 할머니의 자필 메모가 서랍 속에서 튀어나왔다. Y 할머니는 이미 자신의 묫자리를 예약해두고 계셨기에 돌아가신 후 장례절차가 수월히 진행되었던 분이다. 장례식 후 이미 석 달이 지났기에 묘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퇴근길에